서울미술관 5주년 특별전《불후의 명작;The Masterpiece》展
2017.12.08 ▶ 2018.04.08
2017.12.08 ▶ 2018.04.08
도상봉
정물 1954, 캔버스에 유채, 72.5x90.5cm
김기창
만종의 기도 1967, 비단에 수묵채색, 67.5x56.5cm
천경자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 1976, 종이에 채색, 130x162cm
박수근
우물가(집) 1953, 캔버스에 유채, 78.5x99cm
유영국
산 1989, 캔버스에 유채, 135x135cm
이중섭
황소 1953, 종이에 에나멜과 유채, 35.5x52cm
김환기
산 1958, 캔버스에 유채, 100x73cm
서울미술관 개관 5주년 기념전《불후의 명작;The Masterpiece》은 2012년 8월 개관이래 ‘한국 미술의 저력은 전통에 있다.’는 서울미술관의 믿음에 따라 서울미술관 소장품 중 한국 근현대회화의 걸작만을 소개하는 특별전이다. 김기창, 김환기, 도상봉, 박수근, 유영국, 이중섭, 천경자 등 대한민국 근대 미술을 대표하는 7인의 정수(精髓)만을 모은 전시로, 일제강점기를 거쳐 한국전쟁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고난을 자신만의 철학과 독자적인 화풍으로 구축한 거장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천경자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1976), 김환기 <산>(1958), 김기창 <만종의 기도>(1967)을 서울미술관 소장 이래 최초로 공개한다. 천경자의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는 작가의 뜨거운 예술혼이 화폭에 가득 넘치는 걸작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작가의 인생 속 아픔과 고난, 그리고 예술을 통해 얻은 자유까지 실로 다양한 예술적 감흥을 느끼게 할 것이다. 한국의 피카소라 불리는 김환기의 <산>에서는 ‘환기블루’라 일컬어지는 특유의 쪽빛 푸른색을 사용하여 한국의 자연을 서구의 모더니즘 기법으로 구사한 뛰어난 구성력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타계할 때까지 2만여 점의 작품을 남기며 다양한 장르를 자유자재로 구사했던 한국화의 대가 김기창의 <만종의 기도>는 프랑스 사실주의 화가 밀레의 <만종>을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김기창 특유의 유현한 세필과 함께 향토적인 정감을 느낄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민족화가 이중섭의 최고작이자 서울미술관 대표 소장품 중 하나인 <황소>(1953)를 통해 고된 한국 근대사를 거치며 치열하게 살아왔던 우리 민족의 강한 정신력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전시의 대미를 장식하는 김기창의 <예수의 생애>(1952-53)연작은 2017년 독일 국립 박물관에서 열린《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전 : The Luther Effect》에 아시아 부문 대표작으로 참여해 전 세계적인 관심과 환호를 받았다. 본 전시는 <예수의 생애>가 한국으로 돌아온 후 처음 소개되는 것으로, 예수의 탄생부터 부활까지 인류에게 큰 감동을 준 한 위인의 거대한 발자취를 작품을 따라 걸어볼 수 있는 뜻 깊은 순간이 될 것이다. 이번 전시의 제목인 ‘불후의 명작’ 이 시사하듯, 우리 근현대미술 대가들의 남다른 통찰력과 상상력을 보여주는 작품들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거장들이 이뤄낸 예술적 성취와 후대로 이어질 예술혼을 드러낸다. 격변하는 국내외 정세 속에서 뜨거운 예술혼 하나만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거장들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서울미술관 개관 5주년 특별전 《불후의 명작;The Masterpiece》을 통해 천년이 지나도 썩어 없어지지 않을(불후;不朽) 인류의 유산을 만나 보도록 하자.
《불후의 명작;The Masterpiece》展에서 선보이는 20여 점의 걸작들은 단순한 예술 작품을 넘어 한국 근현대미술사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유산(遺産)이다. 서구의 미술사조와 화풍을 받아들이면서도 한국의 전통을 고수하고자 했던 화가들의 정신 속에서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추구하고자 하는 서울미술관의 비전을 만나볼 수 있다.
본 전시에 출품되는 20여점의 걸작들은 한국 근현대미술이 걸어온 역사적 발자취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문화유산이다. 19세기 후반부터 서구의 양식이 도입되기 시작하며 미술계에서는 전통양식을 폄하하고 서구양식을 무차별적으로 수용하는 자세가 심각한 양상으로 떠올랐다. 특히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우리 민족정신을 말살하고자 했던 일본의 강압은 미술문화에서도 예외일 수 없었다. 일본풍의 채색화가 지배적인 화풍을 형성하는 것은 물론 일본에 의해 수동적으로 서양의 미술을 받아들여야만 했던 시대적 상황은 우리 근대미술의 비극적인 출발이었다. 이러한 시대적인 불운 속에서도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7인의 거장들은 맹목적으로 서양의 미술을 추종하는 것이 아닌 한국적인 소재와 기법을 활용하여 우리 고유의 정신을 작품에 담아내고자 했던 화가들이다. 이러한 화가들의 끊임없는 고민과 노력이 있었기에 굳건히 지켜온 전통 양식과 새로운 서구의 양식이 서로 갈등하는 과정에서 우리 고유의 근현대미술이 탄생할 수 있었고, 이는 후대의 많은 화가들에게 영향을 주며 고스란히 이어져 내려왔다.
7명의 거장들이 추구해온 예술세계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정신을 바탕으로 전통을 풍부한 자산으로 삼고 현대 미술의 새롭고 진취적인 전망을 제시하는 서울미술관의 비전과 닮아있다. 2012년 8월에 개관한 서울미술관은 특정한 사조나 양식, 장르, 시대에 매몰되지 않고 과거부터 동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작가까지 다양한 흐름을 대중에게 소개하고 있다. 특히 서울미술관 내 야외공원에 위치한 흥선대원군의 별서(別墅) 석파정(石坡亭)(서울시 유형문화재 제 26호로 지정)은 서울미술관의 끊임없는 보수공사와 세심한 관리를 바탕으로 지금까지도 뛰어난 운치와 조경을 자랑하며 문화재 그대로의 모습을 보존하고 있다. 이는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문화예술 환경을 조성하여 대중들에게 보다 풍요로운 예술경험을 제공하고자 하는 서울미술관의 의지이다.
서울미술관은 올 한 해 누적관람객 14만 명을 기록하며 미술관의 문턱을 낮추고 관람객 스스로가 창조자가 될 수 있는 대중미술관으로 거듭났다. 특히 주요 관람객 층을 형성하고 있는 젊은 대중들에게 다양한 문화콘텐츠가 결합된 전시를 선보이며 풍부한 문화 예술의 장을 마련하고자 노력해왔다. 따라서 서울미술관은 2017년 개관 5주년을 기념하며 서울미술관의 비전과 설립이념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근대화가 7인과 서울미술관 소장품 중 이들을 대표할 수 있는 최고의 걸작들을 엄선하여, 젊은 현대인들에게 시대의 난고를 버텨온 한국 전통미술의 저력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2017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며 운보 김기창 <예수의 생애>(1952-53)를 전시한다. 이 작품은 작년 4월 독일연방정부에서 주최하고 독일 국립 역사박물관에서 진행된《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 루터 효과(The Luther Effect : Protestantism-500 years in the world)》展 에 아시아 대표 작품으로 선정되어 약 7개월 간 전시되었다. 한국화의 기법으로 예 수를 한국인의 모습으로 완성한 운보의 성화는 전 세계인의 찬사를 받으며 성공리에 전시를 마쳤다. 이번 전시는 귀국 후 처음 선보이는 것으로 동아시아 최대 기독교 국가인 한국의 기독교 전파와 한국 미술의 저력을 그림으 로 만나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서울미술관의 주요 소장품이자 운보 김기창(1914-2001)의 대표 작품인〈예수의 생애〉(1952-53) 연작은 신약성서의 주요 장면들을 30점의 화폭에 압축적으로 담은 한국적 성화이다. 갓을 쓰고 흰 두루마기를 입은 예수를 비롯해 조선시대의 복색을 한 등장인물들과 우리 전통 가옥이 유연한 세필로 묘사되어 생생한 현장감이 드는 전통 풍속화를 연상시킨다. 세계 어느 나라의 성화에서도 볼 수 없는 독자적인 기법으로 그려진 예수의 일대기는 기독교가 토착화되었음을 드러내는 한국적 성화로서도 가치가 높지만, 빠른 운필과 뛰어난 구성력 등 운보의 드높은 회화적 성취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한국 미술사에서도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운보 김기창의 <예수의 생애> 전작 30점은 작년 4월 12일부터 11월 7일까지 7개월 동안 독일 국립 역사박물관에서 진행된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 루터 효과(The Luther Effect: Protestantism―500 years in the world)》 기획전에 초청되었던 작품이다. 해당 전시는 독일연방정부에서 주최한 범국가적 주요 행사로 4월 11일 독일 정재계의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되어 독일 현지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전시되었다. 전시 개막 행사에서 프랭크발터 슈타인마이어(Frank-Walter Steinmeier) 독일 연방 대통령은 서유진 서울미술관 이사장과 만나 한국 기독교 문화와 한국미술의 저력을 만날 수 있게 해준 것에 감사를 표하고, 전시회 개막의 벅찬 감동을 전달하기도 했다. 모니카 그루에터(Monika Grütter) 독일 문화부 장관은 전시회 개막의 환영사로 “마틴 루터의 종교 개혁이 역사적으로 성공이었음을 증명하기 위한 중요한 전시회가 개최되었다”며 “한국은 국민의 20% 이상이 기독교 신자로 구성된 동아시아에서 가장 큰 기독교 국가로 이번 전시회에서 역사적으로 주요한 나라에 선정되어 연구․ 전시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예수의 생애> 전작 30점은 당시 전시에서 주요 섹션이었던 ‘한국-기독교 부흥의 땅(Korea―Boom Land of Protestantism)’에 전시되어 대한민국 개신교의 전파 과정을 상세하게 소개하였다. 해당 전시회에 출품된 성화 작품 중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다룬 연작은 <예수의 생애>가 유일했으며, 유럽의 매체에서는 한국 문화의 우수함과 함께 한국 미술의 저력을 전 세계에 알리는 작품이라 평가했다. 본 작품은 독일역사박물관과 작품 소장자이자 서울미술관 설립자인 안병광 유니온약품 회장이 2015년 4월 보험금액 한화 100억원에 작품 대여를 계약하며 뜨거운 관심을 모으기도 하였다.
이번 《불후의 명작;The Masterpiece》展은 <예수의 생애> 30점 전작이 지난 11월에 전시를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한 후 선보이는 첫 번째 전시로, 기독교인에게는 운보의 붓끝에서 재현된 그리스도의 삶을 보며 예수 그리스도가 남긴 사랑을 경험하는 뜻 깊은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기독교인이 아닐지라도 친숙한 한국인의 모습으로 재현된 ‘예수’를 통해 오랜 시간 한국에 정착해 온 기독교 문화에 대해 보다 쉽게 이해하고, 한국적인 소재와 필치로 구사된 운보의 예술혼을 생생히 만나며 종교의 구분 없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
《불후의 명작;The Masterpiece》展의 전시 구성
본 전시에서는 관람객이 작가들의 주요 특징과 예술 세계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작가별 설명문을 준비하였다. 특히 운보 김기창의 <예수의 생애> 전시관 입구에는 운보 김기창의 글과 전시이력, 그의 작업 공간 및 생전의 사진 등이 전시되어 보다 생생하게 작가와 작품에 대해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운보 김기창의 대표작 <예수의 생애> 전작 30점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함과 동시에 성경의 흐름에 따라 작품에 몰입하여 감상할 수 있도록 별도의 전시관을 구성하여 운영한다.
유영국(劉永國) (1916-2002)
“추상은 말이 없다. 설명도 필요 없다. 보는 대로 이해하면 된다. 내가 그린 건 구체적인 대상의 자연이 아니라 선과 면, 색채들로 구성된 추상 형태의 자연이다.”
1916년 경북 울진에서 태어난 유영국은 1930년대 동경문화학원에 진학하여 미술 공부를 시작했다. 당시 동경에서 가장 전위적인 미술운동이었던 추상미술을 수용한 유영국은 1947년 이중섭, 김환기, 장욱진 등과 함께 한국 최초 추상미술그룹이었던 ‘신사실파’를 창립하였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꼽히는 유영국은 산을 그린 것이 많아 ‘산의 화가’라고도 불린다. 그러나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 아닌, 기본적인 조형 요소인 점, 선, 면, 색, 형을 기반으로 고향 울진의 깊은 바다, 장엄한 산맥, 계곡, 붉은 태양 등을 추상적으로 표현하였다.
한국의 전위적인 미술단체를 이끌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했던 유영국은 2002년 타계할 때까지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작업실에서 작품 제작에만 몰두했고, 평생 400여점의 유화 작품을 남겼다.
미석 박수근(朴壽根) (1914-1965)
“나는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야 한다는, 예술에 대한 대단히 평범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내가 그리는 인간상은 그리 다채롭지 않다. 나는 그들 가정에 있는 평범한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물론 어린아이들의 모습을 가장 즐겨 그린다.”
1914년 강원도 양구 부유한 농가의 장남으로 태어난 박수근은 프랑스 화가 밀레의 <만종>(1857-59)을 보고 밀레와 같은 화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졌다. 그러나 부친의 사업실패로 인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게 되고, 결국 일본 유학의 꿈을 포기한 채 독학으로 그림을 공부했다. 18세가 되던 해 <봄이 오다>(1932)로 제 11회 조선미술전람회에 입선하고, 이를 계기로 그는 본격적인 화가의 길에 들어섰다. 가난하고 고단한 삶을 살았던 박수근은 자신과 비슷하게 살아가는 소박한 사람들의 모습과 일상 풍경을 화폭에 담으며 그들의 따뜻한 마음을 그리고자 했다. 표현에 있어서는 일본의 색채기법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 아닌 우리나라의 옛 석탑과 석불을 연상시키는 화강암의 표면과 같은 마티에르를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기법을 창조해냈다.
대향 이중섭(李仲燮) (1916-1956)
“어디까지나 나는 한국인으로서 한국의 모든 것을 전 세계에 올바르고 당당하게 표현하지 않으면 안 되오. 나는 한국이 낳은 정직한 화공이라오.”
한국을 대표하는 국민 화가 이중섭은 재료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만의 독특한 기법과 양식을 창안해낸 화가이다. 일본 유학시기부터 남다른 민족의식을 가지고 있던 이중섭은 ‘소’를 주제로 한 작품을 많이 남겼다. 일반적으로 소는 눈망울이 선하고 순한 동물로 알려졌으나, 이중섭 그림에 등장하는 소는 힘이 있고 거칠게 표현되어 있다. 자신의 고통스런 삶과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한국전쟁으로 이어진 우리 민족 수난의 역사를 ‘소’에 담아낸 것이다. 이중섭은 40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외로움과 가난에 시달려야 했던 고독한 화가였지만, 현재는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이자 가장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는 화가이다.
천경자(千鏡子) (1924-2015)
“현실이란 슬퍼도, 제 아무리 한 맺힌 일이 있어도 그걸 삼켜 넘겨 웃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것을 나는 그림 속에 담으려 한다.”
‘한의 화가’, ‘꽃의 화가’라 불리는 천경자는 오늘날 한국 채색화의 기틀을 마련한 화가이다. 전남 고흥에서 자란 천경자의 본래 이름은 천옥자였으나 일본 유학길에 오른 후 ‘경자’라는 이름을 스스로 지어 불렀다. 1942-43년 조선미술전람회에 연이어 입선하며 화가로 데뷔하였고, 이후 6.25 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자신의 한스러운 마음을 담은 35마리의 뱀이 그려진 <생태>(1951)를 출품하여 화단에 큰 반향을 일으킨다. 한국화의 채색화 분야에서 독자적인 화풍을 개척한 천경자는 해외여행이 흔치 않던 시절에 세계 각지를 누비며 이국적인 인물화와 풍경화를 그렸다. 주로 꽃과 여인을 소재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보여주던 천경자는 환상적이고 이국적인 꿈과 원시적 낭만을 화려한 색채로 담아냈다.
도천 도상봉(都相鳳) (1902-1977)
“추상주의인가 하는 미술만 제일이오? 어느 시대나 새로운 조류는 있는 것이요. 그러나 조류의 주축이 되는 전위라는 것은, 어느 의미에서는 후위를 위한 것 아니겠소?”
한국의 대표적인 사실주의 서양화가 도천 도상봉은 백자(白瓷)나 라일락을 소재로 한 정물화와 풍경화를 통해 한국적 정서를 사실주의 회화로 확립한 화가이다. 동경미술학교를 졸업하였으나 당시 동경미술학교 출신들이 활약하고 있던 조선미술전람회(약칭 선전)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한국 사람을 황민화 시키려는 문화정책인 선전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그의 의지였다. 줄곧 교육자로서의 삶을 살던 도상봉은 1949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의 추천작가 및 심사위원이 되면서 교편을 내려놓고 작품 제작에 몰두하였다. 화려한 기법이나 자극적인 소재보다는 차분한 색조와 부드러운 필치로 조선의 백자를 그리며 한국 고유의 조형미를 표현하고자 했다.
수화 김환기(金煥基) (1913-1974)
“저항의 정신이란 결코 침울하다거나 우울한 것은 아닐 것이다. 현실을 극복하는 정신, 내일로 향하는 정신이라면 태양처럼 밝고 강한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화가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낙천가이다.”
‘한국의 피카소’라 불리는 김환기는 한국 서정주의를 서구의 모더니즘에 접목시킨 한국 추상화의 선구자이다. 1913년 전라남도 신안군 안좌도에서 태어난 김환기는 1930년대에 일본 동경으로 유학하여 당시 전위적인 활동의 하나였던 추상미술을 시도한다. 그는 강, 산, 달, 구름 등 우리 자연의 모습과 백자 항아리, 목가구 등 전통 기물에 담긴 아름다움을 점, 선, 색의 조화로 이루어진 추상미술로 구현하였다. 서울대학교와 홍익대학교에서 제자를 양성하며 교육자로서도 남다른 능력과 소명의식을 겸비한 화가였으나 자신의 새로운 예술세계에 대한 도전을 계속하고자 파리와 뉴욕을 아우르며 국제적인 화가로 활동하였다.
운보 김기창(金基昶) (1913-2001)
“나는 세상의 온갖 좋고 나쁜 소리와 단절된 적막의 세계로 유배되었다. 그러나 나는 소외된 나를 찾기 위해 한 가지 길을 택했다. 그것은 예술가가 되는 것이며, 나는 화가가 되었다.”
1913년 서울 종로구 운니동에서 태어난 운보 김기창은 8살에 장티푸스로 인해 귀 신경이 마비되어 영원히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일찍이 김기창의 재능을 알아본 어머니의 소개로 이당 김은호의 제자가 되어 전통회화와 채색화를 배웠다. 1931년 제 10회 조선미술전람회에 <판상도무>(1931)로 입선하고 연이어 선전에 입선하며 유명 화가의 반열에 오르고, 한국 전쟁 중에는 피난 생활을 하며 예수의 일대기를 한국인의 모습으로 그린 성화 30점을 완성하였다. 청각 장애를 극복하고 인물, 화조, 청록산수, 민화풍의 바보산수, 현대적 풍속도, 추상적 이미지까지 다양한 소재와 기법을 구현한 김기창은 청각장애인을 위한 복지센터를 설립하는 등 장애인을 위한 복지사업에도 앞장섰다.
<예수의 생애> (1952-53)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만 원권 지폐 속 세종대왕의 어진을 상상으로 그려낸 ‘한국화의 아버지’ 운보 김기창(1913-2001)은 일곱 살이 되던 해, 심한 열병으로 청각을 잃는 비극을 맞았다. 급작스럽게 찾아온 불운은 어린 운보와 그 가족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지만, 타고난 예술적 재능은 장애와 불운을 넘어서기에 충분했다. 침묵과 정적의 세계에서 운보가 느껴야 했던 내면적 고뇌는 오히려 그의 예술적 감성을 풍부하게 했다. 그의 어머니 한윤명 여사는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신앙과 믿음을 바탕으로 성심성의껏 운보를 뒷바라지하며 한국근현대미술사에 있어 빠질 수 없는 대표적 작가로 키워냈다. <예수의 생애>(1952-53)는 장애를 예술로 승화시킨 운보의 대표작품이자 한국 회화사의 기념비적인 작품뿐만 아니라 세계 기독교 미술사를 통틀어 매우 독창적이며 중요한 작품으로 높이 평가 받고 있다.
운보는 전쟁으로 온 국민이 고통 받는 시기, 우리나라에 예수가 재림하신 듯 온 힘을 다해 <예수의 생애> 29점을 1년여(1952~53년)에 걸쳐 완성했다. 예수의 고난이 우리 민족의 비극과 유사하다고 생각한 운보는 한국적 성화의 필요성을 느꼈고, “예수의 성체가 꿈에도 보이고 백주에도 보였다”고 할 정도로 작품제작에 몰입하였다고 한다. 6.25전쟁의 암운을 피해 운보는 일가족과 함께 아내의 고향 군산으로 피난을 떠났다. 어려운 피난 시절에도 그의 예술세계를 담아낸 역작들이 제작되는데 <예수의 생애> 연작이 이 시기에 그려진 대표작이다. 예수의 일대기 중 주요 장면들로 구성된 이 연작은 운보와 친분이 두터운 선교사의 권유로 제작되었다. 이 작품들은 1954년 4월 종로 화신백화점에 있는 화신화랑에서 첫 전시를 했으며, 그 뒤 전 세계 25개 나라에서 전시해 많은 호응을 받았다. 첫 전시를 한 뒤, 한 독일 신부가 예수의 부활 장면이 빠졌다며 1점 더 그리기를 권해 3년 뒤에 <부활>(1956)을 완성해, 마구간에서 태어난 아기 예수가 고난의 여정을 넘어 부활하는 모습까지 전체 30점이 완성 되었다고 한다.
2017년 현재 <예수의 생애> 연작은 다른 나라에서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는 의미 있는 시도로 그 해석이 확장되고 있다. 그동안 예수는 하얀 피부에 파란 눈과 금발의 백인으로 그 이미지가 고착화 되었으며, 최근 10년 전부터 ‘흑인 예수’의 묘사가 시작되었다. 이미 많은 과학적 자료와 근거들로 예수의 이미지가 잘못 묘사되어 왔음이 밝혀졌다. 어느덧 종교 개혁 500주년을 맞이하는 2017년의 현재 시점에서 운보의 ‘황인종 예수’는 이미 60여 년 전에 시도했다는 것만으로도 세계 어느 미술사와도 비교 할 수 없는 선구적인 시도라 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중국화가 쩡판즈(曾梵志)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에 영감을 받아 예수와 12명의 사도가 붉은 넥타이를 맨 공산당원들로 묘사한 <최후의 만찬>(2001)(아시아 현대미술 역사상 최고가인 250억원에 낙찰된 작품으로 유명하다.)은 <예수의 생애> 연작보다도 무려 50년이 뒤쳐졌다. 한국의 문화적 전통 안에서 성서를 해석한 운보의 <예수의 생애> 연작은 한국전쟁이라는 어두운 시기에 자신의 역경을 이겨내고 작품세계를 펼쳐간 운보의 예술혼을 생생히 보여줌과 동시에 예수의 고난과 부활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운보의 붓끝에서 재현된 그리스도의 삶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가 남긴 사랑에 대한 이해를 경험하는 뜻 깊은 기회가 될 것이다.
1913년 서울출생
1913년 전남 신안출생
1902년 함경남도 홍원출생
1914년 강원도 양구출생
1916년 경북 울진출생
1916년 평안남도 평원출생
1924년 전남 고흥출생
불안 해방 일지 Anxieties, when Shared
코리아나미술관 스페이스 C
2024.08.07 ~ 2024.11.23
STRA-OUT 4회: 권혜수, 김지수, 키시앤바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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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rait of a Collection: Selected Works from the Pinault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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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린 부드리/레나테 로렌츠: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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